우리 겨레는 집안에 무슨 큰 일이 있을 적마다 가장 먼저 서둘러 준비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김치이다. 그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배추김치 총각김치 깍두기 나박김치 동치미등 적어도 서너 가지 이상이다. 요즘처럼 밖에서 큰일을 치르더라도 김치는 손수 만들어 상에 올린다. ▼우리나라 문헌에 `김치'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고려시대이다. 이규보(李奎報)가 지은 `동국이상국집'의 가포육영(家圃六詠)이라는 시에 `김치' 이야기가 나온다. “장을 곁들이면/여름에 먹기 좋고/소금에 절이면/긴긴 겨울 넘긴다….” 이것으로 미루어 초기의 김치는 배추나 무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켜서 먹는 수준이었다. 맛깔을 돋우려고 맨드라미를 넣고 그후에 생강과 마늘 겨자 후추와 같은 향신료로 매운 맛을 냈다. 그러나 우리나라 김치의 독창성이 발휘되기 시작한 것은 고추가 들어오면서부터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중국에서는 김치를 `저(菹)' 또는 `함채(鹹菜)'라하여 짜게 만든 채소를 가리킨다. 그러나 고려시대 문헌에는 `지(漬)' 또는 `염지(鹽漬)'라고 써 절여서 물에 담근다는 의미로 표기했다. 그러다 고려말에는 `담근 채소'라는 뜻의 `침채(沈菜)'로 쓰다가 `딤채'가 되고 다시 구개음화로 `김채'에서 `김치'가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아무리 만반진수(滿盤珍羞)라 하더라도 `김치가 반식사'라는 속담에서 보여주듯이 우리 식단에서 김치의 위상은 어느 반찬보다 높다. ▼중국의 `사스' 발생이후 영양적인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김치의 유산균 속에 천연항생 물질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더니 이번에는 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또 한국의 김치 요리를 서양인의 입맛에 맞도록 개발하려고 세계적인 요리 전문가들이 한국을 찾고 있어 우리 입맛의 세계화에 시동이 걸렸다. 정성이 만들어내는 `손맛의 진수'를 느끼게 된다. <金吉昭논설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