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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넓고 깊은 김치의 세계 |
[특집]넓고 깊은 김치의 세계
[뉴스메이커 2004-12-03 16:06]
"김치 없이는 못살아 정말 못살아"
이렇게 노래할 만큼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김치. 밥이 주식이 된 삼국시대부터 지금까지 우리 밥상에서 떠나지 않고 해외에 나가서도 김치를 못 먹으면 '죽겠다'고 비명을 지르는 우리나라 사람들. 그러나 정작 김치에 대해 얼마나 알고, 또 얼마나 많은 김치를 먹어봤을까. 배추김치, 오이소박이, 열무김치 등 고작 서너 가지 김치만 맛보고 생을 마감하는 이도 많다.
우리나라의 김치는 문헌과 고증으로 재현할 수 있는 것만 187가지에 이른다. 이것도 배추, 무 등 주재료로만 분류한 것이고 다시 지방별로 분류하면 헤아릴 수 없는 조합의 김치가 존재한다. 농업진흥청의 기준에 따라서도 배추 25종, 무 62종, 오이 10종, 기타 채소 54종, 해조류 5종, 동물성 재료 21종으로 분류된다.
고들빼기 총각김치 등 익숙한 이름은 물론 씨도리김치, 배추 석박지, 솎음배추 물김치, 숙김치, 서거리김치, 분디물김치, 통대구소박이, 아마기 깍두기 등 각종 재료가 어우러진 김치들이 무궁무진하다.
익을수록 높아지는 영양
지역별로도 김치는 다양하다. 북부 지방의 김치는 국물이 많고 싱겁고 맑다. 젓갈은 조기젓이나 새우젓을 많이 써서 담백하다. 반면 남부지방의 김치는 소를 적게 쓰는 대신 고춧가루와 젓갈, 소금을 많이 넣어 맵고 짜게 담근다. 북쪽에 비해 따뜻한 날씨를 감안, 오래 저장하기 위해 짜게 만든 것.
충청도 지방은 김치를 짠지라고 부르는 것이 특징. 양념을 많이 넣지 않아 맛이 순하다. 배추와 무를 큼직하게 썰어 굴을 넣고 만든 석박지가 대표적인 충청도 김치. 전라도 지방은 고춧가루 대신 분마기에 걸쭉하게 갈아낸 고추를 쓰기 때문에 색이 진하다. 찹쌀풀을 넣어 진한 맛을 내고 통깨를 볶아넣기도 한다. 경상도 김치는 마늘과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해 간이 세고 맵다. 멸치젓, 갈치젓을 많이 넣는 것도 특징이다.
지방의 특색만이 아니라 집안마다 김치를 담그는 법도 다르다. 어떤 집에는 배를 반드시 넣고 어떤 집은 절대 과일은 넣지 않고, 젓갈을 하나만 쓰는 집 혹은 세 가지 이상 사용하는 집 등이 다 달라 집집마다 김치맛을 자랑한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은 "김장철이라고 해서 배추김치나 동치미만 잔뜩 담그기보다는 몇 가지 별미김치를 만들어 매일매일 다른 김치를 식탁에 올리면 그 재미가 쏠쏠하다"고 한다.
또 매운 맛을 싫어하는 어린아이들에게 무조건 맵고 새빨간 고추가 버무려진 김치를 먹으라고 강요하면 김치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된다. 이럴 때는 백김치나 석류김치, 보김치 등을 만들어 그릇에 예쁘게 담아 내면 아이들도 즐겁게 먹는다. 석류김치는 무에 촘촘하게 칼집을 낸 다음 칼집 사이에 속을 넣은 김치로 무가 살짝 벌어진 것이 터진 석류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무를 하나씩 배추겉잎으로 싼 다음 데친 미나리 줄기로 묶어 만든다.
김치는 발효식품이라 익어갈수록 제 맛이 나고 영양분도 많아진다. 그래서 잘 담그는 것만큼 제대로 보관하는 것이 관건. 김치냉장고는 김치 보관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왔지만 보관방법이나 용량, 김치 종류에 따라 맛이 다르다.
조상의 지혜 담긴 '숙성의 비밀'
김치냉장고가 없을 경우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김치가 본격적으로 발효되려면 일정한 온도와 공기 차단이 중요하다. 김치를 밀폐용기에 담을 때는 용기의 70~80%만 담아야 발효가스가 자유롭게 다녀 제맛을 낸다. 발효 가스로 뚜껑이 부풀어 올랐을 때 가끔 뚜껑을 열어 가스를 빼주는게 좋다. 김치는 손, 특히 물기 묻은 손이 자주 닿으면 맛이 변질되기 시작한다. 먹을 만큼만 따로 보관하거나 꺼낸 다음에는 공기가 못 들어가게 꾹꾹 눌러주어야 한다.
김치 사이사이에 꽃게나 박하지(민꽃게)를 깨끗하게 손질해 몇번 두들긴 다음에 넣어주면 게 껍데기에 든 칼슘성분이 젖산을 중화시켜 김치가 시는 것을 막고 국물도 시원해진다. 게껍데기 대신 달걀껍데기를 넣어도 되는데 달걀껍데기를 뜨거운 물에 데치거나 깨끗하게 씻어 거즈에 싸서 넣어준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김치 맛을 제대로 내게 보관하는 것은 항아리에 담아 땅에 묻는 것. 아파트에 사는 이들은 커다란 독에 작은 김치항아리를 넣고 그 사이에 흙을 채워 공기를 차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배추김치와 동치미는 만들기는 물론 보관법이 다르다. 동치미는 굵은 소금에 굴려 항아리에 담고 마늘-생강을 갈아서 망에 싸넣고 쪽파를 무명실로 묶어 넣어 한 사흘 간이 배게 두었다가 간맞춰 국물을 부어 만들어야 맛있다. 쨍한 국물맛과 아삭아삭한 무의 촉감을 즐기고 때론 국수말이를 해서 먹는 동치미는 서늘한 곳에서 서서히 익혀야 제맛이 난다. 가장 맛있게 익히는 방법은 0℃에서 한 달 동안 발효시키는 것. 그후에는 냉장보관하면 된다.
김치냉장고를 만드는 '딤채'에서 제품개발을 하며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놀랐다고 한다. 김장김치를 땅에 묻고 가장 맛있었던 해의 땅속 온도의 변화와 조건을 실제로 측정한 결과 땅은 김치 숙성에 필요한 최적의 온도를 오래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장철인 초겨울 땅속 온도인 -5℃~8℃에서 숙성하고 한겨울 땅속 온도인 -2~0℃ 로 보관할 때 가장 맛있고 유산균 성장도 활발하다. 김치냉장고가 없는 가정에서는 0℃로 맞춘 냉장고에 넣어서 3개월 정도 저장한다.
유인경 편집장 al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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