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먹거리 '세계인들이 군침' [속보, 경제, 세계] 2004년 03월 11일 (목) 21:14
[중앙일보 김현기 특파원] 지난 10일 오후 국제식품.음료전(FOODEX)이 열리고 있는 일본 도쿄 인근 마쿠하리(幕張) 메세.
74개국의 식음료회사 1719사가 참가한 아시아 최대의 식품박람회인 이 곳에는 약 2만명의 바이어들과 업체 관계자들이 몰려 열기가 뜨겁다.
박람회장의 최대 인기 관은 단연 '한국관'.
114개 업체에서 144개 부스를 차지한 한국관은 비록 면적에서는 이탈리아.미국에 뒤지지만 계약 상담을 하는 바이어들과 시식을 하려는 일반 고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한국관 바로 옆의 멕시코관.스리랑카관이 텅 빈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한국관에서도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은 역시 '김치'부스.
김치제조 업체인 영성재팬 전시관 앞에서는 일본 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나 미국 바이어들이 아예 줄을 서서 김치를 맛볼 정도다.
소진성(蘇振成)사장은 "지난해에 비해 실제 김치를 구입하려는 바이어들이 50%가량 증가한 것 같다"며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국 식품 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FOODEX에 참가한 김치제조 업체 그린캐터링의 노호문(盧昊文)사장은 "바이어들의 상담 폭주와 일반 고객들의 엄청난 열기로 당초 준비했던 100kg의 시식용 김치가 이틀 만에 동이 났다"며 "급히 한국 공장에 50kg의 추가 배송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이날 일본의 한 업체로부터 40만달러의 공급계약을 따냈다.
이번 박람회에서 눈에 띄는 것은 김치 업체들이 김치만 파는 게 아니라 일본인들이 즐겨먹는 '야키소바'에 들어가는 김치 등 김치를 응용한 요리들을 다양하게 선보였다는 점이다. 또 김치와 같이 즐길 수 있는 막걸리도 등장했다.
한국관 김치 부스에서 이것 저것 상담하던 일본 유통업체 '호쿠토'의 마스다 도모히로(增田朋裕)업무추진부장은 "일본에서 생산되는 김치와는 맛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한국 김치를 구입하려 한다"며 "앞으로 일본 시장에서 김치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하나 특징은 김치에서 시작한 한국 음식 붐이 파프리카.간장.유자차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점보 피망이라고 불리는 다채로운 색깔의 피망류인 한국의 파프리카는 지난해 일본에 4700만달러어치가 들어갔다. 김치(8500만달러).밤(5000만달러)에 이어 3위다.
유자차도 최근 인기가 급등하고 있는 품목이다. 홍차 전문점 '이스트리버'의 야스다 요시히로(安田良寬)사장은 이날 유자차 업체인 '유자론'앞에서 유자차를 처음 맛보고는 "우리 가게 메뉴에 지금 커피와 홍차밖에 없지만 당장 유자차를 추가해야겠다"며 바로 계약 상담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의 성광돈(成光敦)과장은 "이번 FOODEX의 가장 큰 특징은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특히 채소류의 경우 재배단계에서부터 최종 소비까지의 과정을 꼬치꼬치 묻고 쓴 농약의 종류까지 확인해 가는 바이어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광우병 등의 여파 때문인지 미국.멕시코 등 육류를 주로 내놓은 나라의 전시관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